“내 식솔들은 단지 노쇠하고 연약한 여인들에 불과하고 당신의 정권에 어떠한 해악을 끼칠 능력도, 의지도 없을 것이니 나의 처와 두 딸을 제3국으로 추방해 달라. 그럼으로써 당신은 당신 아버지와는 다른 사람이며, 또 국제사회의 일원이 되겠다는 신호를 전 세계에 효과적으로 전달하게 될 것이다.”
‘통영의 딸’ 신숙자씨의 남편 오길남박사가 6월 28일(스위스 제네바 현지시간) 북한에 남겨진 두 딸 혜원과 규원 양을 풀어 달라며 북한 김정은 앞으로 편지를 보냈다.
오박사는 이날 ‘열린북한방송’ 권은경 국제팀장과 함께 스위스 제네바 주재 북한대표부를 찾아가 직원에게 편지를 직접 전달하려 했으나 약 15분 동안 대표부 초인종을 눌러도 응답이 없자 우편함에 편지를 투입하고 돌아왔다고 밝혔다.
이하 오길남박사 가 김정은에게 보내는 편지 :
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에게,
나는 1986년에 조선로동당에 의해 유인납치 된 적이 있었던 오길남이라는 사람이오.
내가 이렇게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 1위원장에 편지를 쓰는 이유는 당신도 예상했겠지만 내 처자를 이제 그만 내어놓을 것을 간곡히 청하려 함이오.
이제는 유엔을 비롯하여 전세계가 다 같이 떠들고 있지 않소. 내 처 신숙자와 두 딸 오혜원과 오규원은 “임의적 구금” 상태에 있다라고… 임의적 구금이라 함은 로마규정에서 정한 반인도적 범죄의 하나로 정당한 형사법적 절차를 거치지 않고 혐의자를 강제로 감금시키는 행동을 의미하는 국제법적 용어라고 하오.
내 처와 두 딸은 바로 당신 아버지가 저지른 그 반인도 범죄의 희생자들에 속한다는 뜻이오. 자그마치 1987년부터 현재까지 25년간이나 그런 상태에 있었다는 것이오.
감사하게도, 최근 근 이 년 정도의 기간 동안 전세계가 내 가족의 안녕을 걱정하고 있소. 당신이 권력의 무대 위에 등장하던 시기와 거의 일치하는 듯하오. 그러니 당신도 이러한 세계의 목소리를 듣고 있었을 것이오.
남한 사회는 물론이고 전세계에서 지켜보고 있는 이 시점이 당신에게는 가장 적기라고 생각되오. 당신 부친이 저지른 그 끝도 없는 죄악의 고리를 끊어버릴 수 있는 가장 적합한 시기란 말이오.
당신은 당신 부친 김정일의 그 반인도적인 행위와는 크게 상관은 없지 않소. 당신은 그 오명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소. 그 악의 고리를 부디 끊어버리고, 보편적이고 정상적인 인간으로서 해방되기 바라오. 그렇지 않고 당신 부친이 갔던 길을 답습하려 든다면 당신은 부친이 저지른 그 죄악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할 뿐만 아니라 당신 자신이 범죄의 주모자가 되는 것이오.
그런 오류를 범하지 말기 바라오.
그 첫 단추는 바로 내 식솔들을 풀어주는 것으로 시작하시오. 이것은 나의 이기심 때문이 아니라, 당신에게도 좋은 선전거리이자 기회가 될 것이기 때문에 하는 말이오.
그들은 단지 노쇠하고 연약한 여인들에 불과하오. 당신의 정권에 어떠한 해악을 끼칠 능력도, 의지도 없을 것이오. 그러니, 나의 처와 두 딸들을 그냥 제 3국으로 추방해주시오. 그럼으로써 당신은 당신 아버지와는 다른 사람이며, 또 국제사회의 일원이 되겠다는 신호를 전 세계에 효과적으로 전달하게 될 것이오.
자, 어떤가요, 나의 제안이? 단순하게 생각하고 그렇게 움직여 보시오.
인생 70을 살면서 내가 가진 교훈 중에 하나가 그것이오. “생각만으로는 바꿀 수 없다. 단지 한발만 앞으로 내디디고 움직이자. 그러면 쉽게 바뀐다”는 것이오. 한번만 실행에 옮겨보시오. 그렇게만 하면 남한은 물론 전세계가 친구가 되어 줄 것이오.
불쌍하고 연약한 세 여인을 풀어주는 것이 뭐가 그리 어려운가요. 누차 이야기 하지만 지금이 기회임을 잊지 말기 바라오.
나는 이제 70을 넘긴 노인이오. 이 늙은이의 마지막 소원이 바로 이것이라오. 내 귀한 딸들과 부인을 다시 보게 되는 것, 그리고 그들의 눈물을 내 손으로 닦아주는 것!
당신의 용감하고 현명한 한 걸음을 기대하겠소.
2012년 6월 27일
오길남